외모에 별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잘나서가 아니라 그 반대이다,
꾸며도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에서 일거다.
거기다 실리주의가 나에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여동생 둘은 인물도 어지간한 편이고 멋을 많이 냈다.
내게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멋 내기였다.
아침 밥 먹고 가는 게 득이지 이리저리 머리 만지느라
매일 밥을 굶고 등교하는 것이 뭣이 필요하냐는 주의였다.
그 생각은 계속되어 주민등록증 만들 때도 사진이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 동사무소에서 디카로 찍어준다기에
뭐라 새로 찍느냐는 생각으로 그냥 가서 척 앉아 찍어버렸다.
그때도 사람들은 온통 신경을 써서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제 모습이 거기서 거기지?
그러나 결과는 진짜로 초점도 안 맞는 웃기는 사진이 되었다.
그 후로 주민등록증을 제출할 때가 있을 때마다 후회를 했다.
또 하나 후회스런 사진이 있는데 바로 여권사진이다.
얼마나 웃기게 나왔는지 내가 봐도 내가 아닌 것 같아 외면하고 싶은 모습이다.
이번에 여권을 다시하게 되었는데 큰맘을 먹었다.
나도 변신 좀 해보자!
오래 두고 볼 사진이니 남들처럼 신경 좀 써보자!
마음에 안 들던 머리를 자르고, 드라이도 했다.
지난 여권사진에 아픈 기억이 있어서 아주 신경이 쓰였다.
여권사진은 포토샵은 전혀 안하는 줄 알았더니 조금은 손보는 모양이었다.
양쪽 귀 보이는 것만 아주 신경을 썼다.
오늘 사진을 찾았다.
아하! 놀랬다!
인물이 훤한 여인이 거기에 있었다.
이 또한 웃겨서...
하지만 만족이다.
보고 또 보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