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버스를 탔다.
탈 때는 자리가 널널했으나 하필 퇴근 무렵이어서 곧 복잡해졌다.
유난히 대중교통 혼잡한 것을 못 견디는 편이다.
복잡하면 타는 것을 망설이고, 내릴 일을 매우 걱정하는 편이다.
내 옆에 누가 서는 것 같아 무심코 올려보니 몸은 나보다 훨씬 탄탄해 보이지만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였다.
앉으시라고 일어나려고 하니 괜찮다고 기꺼이 사양을 했다.
한 30초쯤 앉아있으려니 영 마음이 불편하여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안되겠다고
다시 앉으시라고 권하니 마지못해 앉으려고 하는 순간
내 옆에 앉아 있던 학생인 듯한 여학생이 자기가 일어나겠다고 일어난다.
그 순간 나와 할아버지와의 문제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젊은이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하였지만
눈치껏 행동하여 상황을 종료시킨 여학생이 예뻐서 고맙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멀리 떨어져 앉았던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당연하지? 엄마뻘 되는 사람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그냥 앉아있겠어?”
“요즘 애들이 그런 것 신경 쓰겠니?” 하니
그런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착한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어느덧 버스나 전철을 타면 은근히 자리 나기를 기다려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비록 관절은 썩 좋지 않더라도 아직은 가방 먼저 던지고 달려갈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아직은 나보다 약자에게 얼마든지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