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서
너무나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다.
앞으로 자주 이러면 어찌할 고?
굳이 합리화를 하자면
해외여행 적응기로 밤새 한잠 못 잤고...
건강검진을 위하여 어제 저녁부터 금식하여 기운이 없었고...
36도가 넘는 찌는 더위였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고, 12시에 점심 약속이 있었다.
동무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새로한 안경이 어울리는 지 봐달라고 하려고
백에서 안경집을 꺼내려고 했는데,
웬걸?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았다.
아뿔싸! 황당 그 자체였다.
옆에서 재잘대던 아이가 감촉같이 사라진 꼴이랄까?
다시 음식점도 가보고,
분명 받아 넣은 걸 기억하지만 혹시나 해서 안경집에 전화도 걸어보았다.
안경사는 조금 전에 가져간 안경을 잊어버렸다고 하니
기가 막힌 지 입이 있어도 별다른 말을 못했다.
아무리 생각을 더듬어도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고 멍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가만히 기억을 쥐어짜니 약간의 실마리가 잡혔다.
건강검진 후 바로 약속장소로 갈까 하다가
며칠 전에 새로 맞춘 안경이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온 지가 며칠 지난 터라
나중에 찾을까 망설이다 조금 더 걸어도 찾기로 했었다.
안경을 찾고 5분정도 걷는데 얼마나 덥고 기운이 빠지던지...
밖에서 물을 잘 안 사는데 CU편의점에서 물 1병을 샀었다.
잔돈을 내기 위하여 백 위에 넣은 안경집을 계산대에 꺼내놓고,
지갑에서 잔돈을 꺼내 지불하고,
지갑만 백에 넣고 안경집을 안 넣은 것 같았다.
물론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고로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더 놀아도 될 시간인데 심란하여 동무들과 일찍 헤어졌다.
편의점에 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니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안경집을 내주었다.
얼마나 감사한 지...
다른 사람들도 물건을 많이 놓고 간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물건을 놓고 다니는 편이 아닌데,
이런 기막힌 일을 겪고 나니
앞으로의 나를 장담할 수 없어서
정신이 아득했다.
이번 일은
단지 날이 덥고,
배가 고팠고,
잠을 못자 정신이 맑지 못하여 일어난
웃지 못 할 해프닝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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