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웃기는 엄마와 딸

서희 . 2014. 12. 6. 19:27

 

 

 

모처럼 토요일 휴일을 집에 있는 딸은 자꾸만 나가자고 조른다.

엄청난 체력이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데도 황금 같은 휴일을 푹 쉬고 싶을 텐데

이 추운 날 나가고 싶어 안달이다.

난 보너스로 뭘 주며 나가라고 한들 꼼짝하기 싫은 날씨다.

한없이 늘어져 뒹굴고 싶은 날이다.

 

한참 졸라대다 쉽게 대답을 안 하니까 그럼 나가자고 안 할 테니

치킨을 시켜먹자고 제안하면서

돈은 제가 낼 테니 엄마는 전화로 주문을 하고  문을 열어주란다.

 

난 단칼에 거절을 했다.

내가 돈 낼 테니 네가 주문하고 문 열어주라!

 

둘이 깔깔대며 한참을 웃었다.

우리 두 여자는 배달을 시킬 때 문 열어주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이유인 즉은

집에 있을 때 맘껏 풀어져 몰골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다시 제안이 들어왔다.

그럼 전화까지 자기가 할 테니 문만 열어주란다.

아무리 꼼짝하기 싫어도 이쯤에서 타협을 봐야 할 것 같아 수락을 했다.

 

치킨을 먹으면서 "젊은 사람이 배달 왔어?" 라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금방 본 사람을 왜 모르냐며 의아해 했다.

내가 그 사람 얼굴을 보면 그 사람도 내 몰골을 볼까봐

일부터 문만 살짝 열어 돈만 내밀고 물건만 얼른 받았다고 하니

딸은 또 뒤집어지며 깔깔거렸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문 열어 주는 것으로 타협을 봐서 망정이지

어느 날은 타협을 보지 못해 배달 음식을 포기한 적도 있다.

 

우리 두 여자가 흐트러진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 것은 자존심인 것이다.

정말로 하나도 필요 없는 웃기는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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