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금 한 행동에 아주 머쓱하다.
집안을 치우다가 지난 휴가 때 읽던 책갈피에서 10만원이 나왔다.
순간 얼른 빼서 어디에 둘까 재빠르게 머리로 찾고 있었다.
순간... 식구 중 누가 숨겼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6개월이나 그대로 있었던 걸로 보면 본인도 잊었을 거라고...
가만 두었다가 애타게 찾는 것 같으면 주고,
끝내 찾지 않으면 꿀꺽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므로 내 지갑에 넣지 않고 따로 두었다.
그러고 나서 가만 생각하니 아무래도 내 짓인 것 같았다.
난 돈을 숨기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책갈피에 끼운 것은 매우 이상 하였으나
다른 식구가 내가 읽던 책에 비상금을 숨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에 잘 작동도 하지 않는 머리를 계속 굴려보니...
책을 읽을 때 딸이 엄마 카드로 뭘 샀다고 현금으로 주었던 것을
책에 끼어 넣고 그대로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공짜가 생기는 운수 좋은 날인 줄 알았더니
흐리멍덩한 기억력을 확인할 뿐이었다.
쯔쯔... 거리며 숨겨두었던 10만원을 다시 꺼내 비로소 내 지갑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