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가 반짝거려 열어보니
감농사를 짓는 시골 아버지가 연로하셔서 농약을 치지 못한 (?)
이를 테면 무공해 대봉감 주문을 받는단다.
지름신이 내림하사 순식간에 1박스도 아니고, 2 박스를 주문하고 말았다.
주문 후 잠깐 "너무 많은 가?" 하는 생각이 스치긴 했다.
택배가 온 후 열어 보니 120개가 넘는 것 같았다,
비로소 쾌 많다는 감이 왔다.
이 감들이 한꺼번에 익어버린다면?
와~ 먹어치우기에 너무 바쁠 것 같았다.
판매자는 친절하게도 박스에 두면 아니 된다고
꺼내어 하나씩 보관하라고 하여 꺼내어 나란히 시켜보니
집안이 온통 감천지라 이건 아니지 싶었다.
독에 넣으면 좋으련만 큰 독은 없고...
'감 보관법' 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 박스에 그냥 보관해도 되며
점차적으로 익게 하려면 일부는 찬 곳에 보관하라고 했다.
일렬로 정렬된 감을 주섬주섬 다시 담아 1박스는 베란다로 보내고,
1박스만 펼쳐 놓고 먹을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는데.
나무에서 바로 딴 딱딱한 감이어서 감 맛을 보는데 며칠을 참아야 했다.
퇴근해서 매일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감이 얼마나 말랑거리는 지 확인하는 것이다.
주물락 주물락!
이것저것 만져보며 어느 것이 먼저 익을 것인지 손끝으로 느껴보며
먼저 말랑거릴 것 같은 감을 앞에 놓고 줄 세우기를 했다.
요것은 내일쯤은 먹겠고, 저것은 모레쯤 먹을 수 있겠는 걸...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줄 세우지 않은 곳에 있는 감이
먼저 물러지는 경우도 있다.
여름 태풍을 온 몸으로 맞은 감이라 겉 부분이 시커멓게 된 곳이 많은 데
바람에 상처 입은 곳이 속으로 멍이 되어 빨리 물러지곤 했다.
하루에 2개씩 먹는다고 계산하면 한 2달은 먹겠다.
며칠만 지나면 나 좀 먹어달라는 감들이 넘칠 텐데
어쩌면 세끼를 감으로 해결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식구들은 왜 감을 안 좋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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