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프닝

서희 . 2012. 6. 13. 14:15

 

 

정신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혼 줄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직장 구성원이 많다보니 며칠 간격으로 부조할 일이 생긴다.

사실 구성원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친목회에서 공지가 뜨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가지는 못해도 무조건 인사를 하는 편이다.

 

일주일 전에도 공지가 떴는데 바쁜 나머지 가는 사람한테 봉투를 보내는 것을 깜빡했다.

월요일 아침 오자마자 챙겨서 드렸는데 4시간 후에 그 분이 아주 조심스럽게 메신저를 보냈다.

인사를 받아서 무척 고마운데, 내가 뭘 착각했을 지도 모른다고 10분 후에 와서 얘기한다고 했다.

 

10분을 기다리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무척 궁금했다.

 

세상에나...

인사한 봉투에 만 원권 1개, 오천 원권 1개, 천 원권 3장이 들어 있었다.

나 기절할 뻔 했다.

얼마나 실례를 했는지... 백배사죄를 했건만 온 몸이 화끈거려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분은 내가 다른 곳에 쓸 것을 실수로 서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해서 또 실수를 할까봐 

아주 어렵게 말을 했다고 했다.

고마웠다.

말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텐데 말이다.

 

내 실수가 내 자신도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황당함으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그분이 다시 왔다.

또 뜨끔했다.

그분은 ...ㅎㅎㅎ 참 화끈한 분!

 

이번에는 본인 실수를 인정하러 온 것이다.

글쎄... 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한테 다른 건으로 받은 봉투를 겹쳐 있어서 내가 준 봉투와 착각을 했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하는데...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내 잘못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어서 오히려 감사했다.

우리는 한없이 기가 막힌 웃음을 웃으며

"우리한테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야~" 라고

서로에게 위로하고 유쾌하게 헤어졌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아침에 봉투에 돈을 넣을 때 잘 세어서 넣었음에도

왜 그 당시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으로 인정하고 들어갔냐는 것이다.

 

추측 건데,

요즘 정신 없는 것이 큰 요인이 되었을 거다.

책상 서랍에 돈 넣은 봉투가 몇 개가 있었는데 그중 엉뚱한 것을 잡아서 준 줄 알았다.

암튼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매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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