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보면 술 생각이 나고,
술 보면 안주 생각이 났었다.
이 정도면 술을 사랑했음이다.
작은 양에도 느슨해져 술 마신 기분 제대로 느껴
돈 안 들고도 마냥 행복할 수 있어 아주 경제적이었다.
문제는 한 사나흘 나를 풀어놓고 싶은데
너무 빨리 본연의 나로 데려다 놓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몹쓸 의사가 내 간을 왕창 망가트리기 전의 일이다.
처음엔 머리를 감을 때 한주먹씩 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유를 몰랐다.
오죽하면 탈모클리닉까지 갔을까?
자꾸만 피곤하고,
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언덕이라도 오르려면
구역질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유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몹쓸 의사의 작품이었다.
간치료 받느라고 한동안 다른 약들도 조심하고 술은 완전 금기였다.
어제 5명이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1병을 시켰다.
분위기상 처음에는 1병만 마실 듯싶었는데
너무나 고기를 잘 굽고 , 예쁘게 잘라 석쇠에 나란히 시켜주는 이가 있어
날름날름 집어 먹다보니 안주가 술을 더 불렀다.
불판 앞에서 집게와 가위를 잡은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
웃어 죽겠다.
먹지도 못하고 굽기만 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란다.
자기도 잘 할 수 있는데
남편이 자기에게 고기 굽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아
한이 맺혀 자기가 하여야 한단다.
자기 집은 남편이 알맞게 구워서 가로 세로 줄 맞춰서 나란히 놓으면
줄을 흐트러트리지 말고 먹어야 하고,
앞줄부터 꼭 먹으라는 것만 먹어야 한단다.
조금이라도 태우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며
탄 것은 가위로 세심히 잘라내어 완벽하게 하여 준단다.
와~ 완전 부러웠다.
우리 집은 아무도 못하여 태우기 바쁜데...
소주는 잘 안 마시는 주종인데다가
더구나 근 1년 금주를 하였는데 슬금슬금 마신 술이 4잔이나 마셨다.
소주 최고의 기록이며 더구나 끄떡도 없었다.
이러다가 반병이 한 병 되고,
한 병이 두병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슬슬 술을 다시 사랑할 징조가 보인다.
애초에 잘라?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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