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랑방귀는 뀌지 못한다.
알랑방귀를 뀌는 사람만 봐도 느끼하다.
내가 누구를 칭찬하면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내가 누구 입은 옷이 예쁘다고 침이 마르게 얘기하면 정말 예뻐서 하는 말이고,
내가 어떤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정말 내 입맛에 딱 맞아 그의 손맛을 칭송하는 것이다,
그전 직장에서 동료로 편하게 지냈던 사람이 이번 직장의 직속상관으로 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으나 깍듯하게 상관으로 대접하기로 했다.
남들과 다른 노력의 결과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검은 원피스에 흰 레이스로 뜬 볼레로를 입었는데,
그 볼레로가 너무 내 취향이었다.
너무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감탄을 하니 주냐고 한다.
엥?
그런 뜻이 전혀 없었는데 놀랬다.
그러지 말라고 하니 내가 너무 고생을 해서 무엇이든 다 죽고 싶다고 벗어준다.
그렇게까지 하는데 싫다고 두고 오기도 그렇고,
암튼 남의 입은 옷 집어오기는 생전 처음이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 뒤 너무 바쁜 4시간을 보내고 짬을 내 걸쳐보니 영 내 옷이 아니었다.
그 분이 키도 조금 크고 , 체격도 조금 크다 보니
내겐 헐렐레하여 모양새가 나질 않았다.
좋은 마음으로 준 것인데... 이 옷의 행방에 대하여 잠시 고민을 했다.
줬는데 안 입으면 그것도 그렇고...
다시 주자니 그렇고...
결론은 입어서 어울리는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눈으로 욕심낸다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건 아닌가 봐요, 괜히 뺏어서 죄송해요," 하며
어깨에 다시 걸쳐드렸다.
잘했는지, 실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기분이 깔끔하지는 않다.
다음부턴 말을 좀 더 조심하자.
결재만 받고 오지 누가 옷 얘기를 하라고 했나고요.
하긴 누가 그런다고 옷 벗어줄 줄 알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