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신!
오랜 시간 수고를 인정하고 이젠 편히 쉬게 하려고 한다.
딸내미 5학년 땐가 아이가 한여름 잠깐 신었는가 본데
신발장 깊숙이 숨어있던 것을 어느 핸가 직장 실내화로 신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발이 편안한지 10년 넘게 줄곧 신었다.
좀 더 값을 주고 산 실내화도 한 2-3년이면 망가지는데
정확한 값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정말로 저렴(한 2~3천원?)했던 걸로 기억되는
이 꽃슬리퍼는 벌써 12년째인가 인데 아직도 신을 만하다.
처음에는 신던 실내화가 망가졌는데 살 시간이 없어 임시로 신은 것인데
편하기도 하거니와 영 망가질 기미가 없어 계속 신게 되었다.
때론 너무 유아틱하여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좀 받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벼르고 별러서 시간을 내어 아주 큰 작정을 하고 새 것을 샀다.
몇 년을 더 일할지는 모르겠지만 퇴직까지는 같이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차피 다른 슬리퍼가 필요하다면 미리 장만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신을 파는 아저씨는 내게 큰 인심을 쓰셨다.
만 원짜리 한 장하고 카드를 가지고 갔는데 15,000원이란다.
카드가 안 된다고 하니까 난감하였다.
오늘 사지 않으면 또 몇 날을 그냥 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난감해 하는 것을 보더니 내게 눈짓을 하더니
다른 사람이 나간 후에 만원만 받았다.
본의 아니게 파격적 할인을 받은 셈이다.
근데, 10년 넘게 몸에 익숙한 신이어서 그런지 새신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발의 긴장감이며 피곤도가 말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나에게 익숙해지련만
발이 불편하면 지금도 꽃슬리퍼를 잠깐씩 신는다.
이젠 아쉬움을 내려놓고...
새 것에 정을 주어야 할 때이다.
그 동안 수고했어!
내 무게가 좀 나가기 시작하면서 좀 더 힘들었을 꺼야.
나를 잘 부탁한다! 빨리 친해지자꾸나!
의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