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뭐야? 자랑만 잔뜩하잖아?

서희 . 2012. 3. 15. 23:22

 

 

늘 출근시간보다 한 30분 정도 일찍 출근을 하는 편이다.

오늘도 분명 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긴 했는데, 엄밀히 말해  5분 정도 늦었다고 봐야 하나?

이른 시간 정문을 통과했으니 출근이고, 내 방에 출근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했으니 지각인 셈.

 

사연인 즉은

동료의 방 옆을 지나가는 데 이리와 보라고 부른다.

몇 번 맛난 것을 얻어먹었기에 왜 부르는 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기에 냉큼 들어섰다.

 

그 동료는 매일 한 20인분 정도의 주스나 계절 차는 기본이고,

죽, 떡, 견과류, 과일 등 종류도 다양하게 가지고 와서 이 사람 저 사람 주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제일 맛났던 것은 지난 가을날 먹었던 풋대추였다,

얼마나 달작지근한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은 유기농 당근 주스, 딸기와 밤,  채썰은 말린 대추가 메뉴였다.

당근 주스를 2잔이나  얻어 마시고, 잠깐의 아침수다가 좀 길어졌나 보다.

 

매일 가져오는 메뉴들은 자기는 들고만 오는 것이란다.

남편이 아침 일찍 일어나 다 준비를 해준단다.

뿐만 아니라 그 남편 분은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한단다.(이분도 직장인)

시장 보고, 메뉴도 다양하게 음식 만들고,  청소하고,.. 힘도 무지 세단다.

본인은 어쩌다가 설거지만 하면 된단다.

그런데 안 하는 날이 더 많다고...

 

남편이 살림을 하게 된 이유는 이 동료는 원래부터 음식 만들기 등 집안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놀기 좋아함, 술도 대빵 잘 마심)

남편은 식도락가이었기에 자신을 위하여 직접 나서기 시작했단다.

 

결혼하고부터 지금 57살이 되도록 관리비가 얼마인지 두부, 콩나물 값이 얼마인지

집안 살림은 도통 알 필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 

 

여자 팔자치곤 참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

자기도 하는 일이 하나 있기는 있다고 했다.

 

59살인 그 남편이 아내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밤에 사랑만 나눠주면 된단다. 그 나이인데도 거의 매일.

이런 사람이 간혹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거 참... 너무 가까이서 들었다.

"70살이 넘어도 너끈하시겠네요?" 하니 아마도 그럴 것 같다고 한다.

귀찮다고 튕기는 날은 설거지도 자기가 해줄 테니 하자고 조른단다.

그래서 설거지 당번을 면하는 날이 많은 거란다.

 

'어떤 이들은 싸우다가  한세월 다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한세월 사랑만 나누는 구나...'

 여러 형태의 부부 모습을 생각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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