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세상일이 참 재미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 하하 정말 재밌다.
인턴 채용 건으로 한동안 애를 태우다가 해결이 되고,
공고하고 서류전형, 면접, 계약 등 일련의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예산 부족으로 올해 인턴 모집이 축소되어 작년에 일 하던 사람들이 남아돌게 되는 판국이 되었다.
그러니 1명 지원하면 다행이다 싶은 우리 같이 근무 조건이 나쁜 곳도 4명이나 지원하였다.
작년에 같이 일하던 인턴은 고맙게도 다시 같이 일하고 싶어 했으나
지원 조건이 작년과 달라 3배수만 선정하는 서류전형에서 제외되고 말아 마음이 아팠다.
3명에게 2차 면접대상자임을 통보하고
다른 곳과 통화하던 중 지원 상황을 물으니 우리와 비슷하게 지원하였고,
알아낸 사실은 지원자들이 한 곳만 지원하지 않고 이곳저곳 여러 군데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맘에 들었던 사람이 그쪽에서도 맘에 두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집과의 거리도 그쪽이 가깝고 우리가 근무조건도 훨씬 나빠 많이 불리했다.
우리 면접시간이 먼저 이어서 합격통보를 먼저 하면 잡을 수 있겠지만 마음을 접기로 했다.
지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내 욕심 채우느라 그쪽에 불리하게 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면접에 다른 2명이 나타나지 않고 그 지원자만 나왔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더구나 보면 볼수록 흡족하였다.
당근 내 식구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보다 몇 시간 후에 면접이 있던 곳에서 전화가 왔다.
"자기가 그 사람 잡았지?"
"어떻게 알았어요?"
다른 곳에서 채용이 되어 면접에 못 온다고 문자가 왔단다.
"첨엔 내가 양보를 하고 차순 위를 선정하려고 했는데 ..." 라고 전후 사정 얘기를 하니
그쪽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네!" 하며 이해를 했지만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저녁 사준다고 나오라고 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던 중
마음씨 착한, 아직은 세상의 때가 안 묻은 우리 인턴이 예뻐서 한참을 웃고,
우리가 인연이 된 기막힌 사연으로 또 한 번 웃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 3군데를 지원하고, 우리는 그래도 불안하여 마지막 날 헛일 삼아 지원하게 되었고,
4곳에서 다 면접에 오라고 했단다.
그래서 우리는 순위에서 밀려나 다른 곳에만 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게 면접에 못간다고 하려고 전화를 했단다.
2번을 걸었는데 받지를 않더란다.
그.런.데...
그 다음 말에서 그녀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다른 곳은 문자로 면접에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나는 직접 전화를 걸었었다.
그녀가 "그날 면접하는 날 뵐게요!" 그랬었다.
하하하~
그녀가 자기가 한말... "그날 면접하는 날 뵐게요!" 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려고 면접에 왔단다.
면접에 못 간다고 하려고 내가 연락한 번호의 전화(일반전화)도 안 받지, 휴대폰 번호도 모르는 상황이지
통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날 면접하는 날 뵐게요!" 란 약속의 책임을 지려고 왔단다.
이 얼마나 예쁜가?
하하하~
내가 휴대폰으로 문자로 면접통보를 했더라면?
2번이나 걸었던 전화를 내가 받았더라면?
난 그날 분명 전화벨 소리를 2번 들었었다.
한번은 받을 상황이 아니었고, 한번은 뛰어 와서 받으려고 하니까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는 기막힌 인연을 맺게 되었다.
또, 작년 같이 일하던 인턴을 제외시키고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새로 채용된 인턴이 다른 3곳 더 지원한 곳에 가지 않는 바람에
그 곳은 지원자가 없어 지원조건이 좀 부족해도 합격해서 한결 내 마음은 편안하지만
우리 인턴은 어쩌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었을 텐데 나한테 발목을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들기도 했다.
세상의 일은 발버둥친 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인연 따라, 순리대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움직여진다는...
예쁜 사람을 만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