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이는

지리산 둘레길(운봉-주천)- 셋째날(8.20)

서희 . 2011. 8. 23. 19:43

 

벨소리에 잠은 깼는데 몸은 오싹오싹하고 빗소리가 들린다..

어제 밤에 방을 따끈하게 해준다더니 공수표를 날렸다.

알고 보니 늘 아저씨가 하던 일이라 아주머니가 장작불을 잘 못 지펴서 꺼졌단다.

 

일단 마음먹은 일이니 아픈 것은 참아보기로 하고 서둘러 8시 45분에 길을 떠났다.

아저씨가 어제 그 곳보다 조금 더 가장마을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덕산저수지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인데,

이 저수지를 끼고 오른쪽 숲길을 올라 논둑길을 걸어가면 노치마을로 이어진다.

 

 

이 길은 옛날에 노치마을 사람들이 운봉장에 다니던 옛길이란다.

풀 섶을 헤치며 고인 물을 건너뛰며 그렇게 천천히 걸었다. 

 

 

노치마을을 지나는데  바닥에 누군가가 화살표를 표시해 놨다.

주민들의 친절일까?  아님 자꾸 물으니 귀찮아서 해놓은 걸까?

 

 

받침대까지 해주고 정성껏 키우고 있는 커다란 호박이 인상적이었다.

내년 씨앗을 하려는 정성일까?

자식에게 보내려는 마음일까 ?

곧 누렇게 익어가겠지...

 

 

회덕마을의 샛집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전라북도 민속자료 45호란다.

들어가 보려고 해도 들어가는 입구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회덕마을 고기마루 부근 정자나무  쉼터다.

안개 속에 운치가 있다.

 

 

지리산 마을에는 집집마다 유난히 봉숭아꽃들을 많이 심는가  보았다.

봉숭아꽃이 많이 탐났으나 꽃잎 하나 다치게 하지 않았다.

 

아, 이 길은 구룡폭포로 가는 길이다,

구룡폭포 길은 둘레길도 아니거니와 경치는 좋으나 위험하여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은 추천할 만한 길이 되지 않는데불구하고 이미 가고 있었다.

 

수월한 둘레길 구릉치로 가는 방향을 어느 순간에 놓치고 만 것이다.

이미 다녀 온 사람들이 방향을 잘못 들어 고생을 했다고 하더니만 나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더니 별 수 없었다.

 

 

60번 지방도로를 지루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은 같이 간 동무이다. 언제나 난 저만치 뒤처져 걸었다.

 

 

가을 단풍이 설악산 보다 예쁘다는 구룡계곡으로 들어가는 계단이다.

계곡이 깊어 밑으로 한참을 내려가는데 빗물에 미끄러워 많이 조심스러웠다.

 

 

계곡에 들어서자 물소리가 엄청나 사람을 기죽게 만들었다.

요즘 비가 계속 와서 수량이 많고 물살이 세어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어쨌든 3km의 계곡 길을 택했으므로 가야만 하는데, 

좁은 길은 등짐도 부담스럽고, 우산도, 목에 매달린 카메라도 다 나를 부자연스럽게 하여

난감하였다.

 

3km를 걷는데 약 2시간 30분이나 걸렸나 보다.

 

 

육모정에 도착하여 남원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음식은 못 시키고

파전을 먹었는데 배가 고프니 꿀맛이더라.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남원역 대합실에서 춘향 사진전을 보고, 게시판에 붙은 메모들을 

읽다가 한 메모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우리는 3일 중 2일만 비가 내렸는데,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했나 보다.

 

'내일로 4박 5일!  내내 비옴!'

 

 

 

'2시 53분 기차를 타고 나는야 집으로 간다.'

 

앞으로 둘레길을 다시 오려거든 몸을 좀 만들고 와야 될 것 같다.

아무튼 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