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이는

지리산 둘레길(운봉-주천)-둘째날(8.19)

서희 . 2011. 8. 23. 14:14

 

계획은 3구간을 끝내고 2구간을 갈 예정이었으나  2구간을 다녀 온 길동무들에 의하면

거의 시멘트 길이고 매력이 적은 길이라 하여 1구간을 가기로 수정하였다.

 

1구간은 2구간보다 2시간이 더 소요되어 오늘 일부 걸어야 내일 일정에 맞을 것 같아

운봉으로 버스로 이동하여야 했다.

 

우리 동무 좀 보소!

금계마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차 시간도 확인하지 않고 화장실에 갔는데

이걸 어쩌나?

공교롭게 그때 버스가 왔다.

다음 차는 2시간 후에나 있는데 어찌 할거나?

 

일단 동무에게 핸드폰을 울리고,

기사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냐고 애걸을 하니,

기사님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는 않는데 막상 떠나지는 않았다.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차를 오래 잡고 있을 수도 없고, 그 사이 얼마나 조마조마 한지 ...

한 3분 이상 기다려 줘서 무사히 탈 수 있었는데,

기사님과 다른 손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을 한지 모르겠다.

 

약 1시간 걸려 운봉에 도착하여 5시부터 7시까지만 걷기로 작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지리산 둘레길 1구간((주천-운봉)

* 구간별 주요 지명 : 주천면 - 내송마을 - 솔정지 - 구룡치 - 회덕마을 - 노치마을

   - 덕산저수지 - 질매재 - 가장마을 - 행정마을 - 양묘장 - 운봉읍

* 거리 : 14.3km (6시간)

   

운봉에서 주천 방향으로 역으로 걷기 때문에 이번에는 검은 화살표만 보고 가면 되었다.

제방길을 끝도 없이 걷는데 

발목도 새끈거리고 피곤이 밀려와 아무 곳에서나 짐을 풀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이 곳 지리를 잘 아는 차에서 만난 사람이 시간적으로 가장마을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알려주어 멈출 수도 없었다.

 

 

2시간은 걸었을까?

한 발짝도 떼기 싫은 상태인데, 마을과 멀리 떨어진 길이라 민박집을 찾을 수도 없었다.

행정마을에서 한 할머니가 묵었다 가라고 잡는 것을 뿌리친 일이 후회스럽고,

아무 집이나 들어 등짝에 진 짐부터 내려놓고 나를 눕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제방길이 끝나는 곳에  덕산마을 입구가 나타나고 비로소 민박 안내표를 만날 수 있었다.

전화를 걸어 무조건 데리러 오라고 했다.

 

 

우리를 데리러 온 고마운 차다.

그런데 이 무슨 상황이란 말이던가?

우리가  1시간 넘게 걸어 온 길을 거꾸로 다시 가고 있지 않는가?

그  민박집은 앞으로 가도 부족할 텐데 우리가 지나 온 삼산마을에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너무 해요! "

"얼마나 힘들게 걸어온 길인데 내일 이 길을 또 걸으라고요?"

" 몰라요, 내일 여기까지 다시 데려다 주어야 해요!"

아저씨한테 투정을 있는 대로 부렸는데,  여타부타 대답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인 걸로

전달되었다.

 

 

이 댁 주인아주머니도 성격이 좋으셨고, 음식이 정갈하고 얌전하였다.

하지만 힘이 너무 들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막 저녁을 먹고 나니 어제 묵은 민박집 아주머니가 민박은 정했냐며 전화를 주셨다.

이거 하룻밤의 정이 무섭더라.

 

가만 생각하니 몸 상태가 내일 일정을 해낼 재간이 없을 것 같았다.

동무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면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밤에 장작불을 지펴준다고 하기에 뜨끈한 데서 자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내가 하루 종일 걸었다 이거지!

어쨌든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