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이는

지리산 둘레길(인월-금계)-둘째날(8.19)

서희 . 2011. 8. 23. 00:52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깼다.

하늘이 요상하다.

잔뜩 울상인 것이 금방이라도 쏟아 부을 기세였다.

기어이 비가 내렸다.

어제 더워서 혼나 어쩌면 비가 오는 것이 낫지 않을 까 하는 합리화를 해봤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꼬마 아이들 표현으로는 산이 불났다고도 하겠다.

 

 

중황마을을 향하기 위한 산길은 조금 가팔라서 영 속력이 나질 않아 자꾸 뒤쳐졌다..

그간 운동을 게을리 한 결과이다.

그래도 어제 밤 열차를 타고 왔다던 아주머니들 보다는 아주 조금 낫다고나 할까?

 

어느 민박집 뜰에서 만난 화초 호박에 시선을 뺏겨 힘들음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중황마을로 가는 길에서 만난 풍경이다.

거미줄이 비에 맞아 흔들거리고 있었다.

 

 

중황마을에서 상황마을로 가라는 안내표이다.

언제나 순방향은 빨간 화살표, 역방향은 검정 화살표만 쫓아가면 된다.

 

 

논둑길 쉼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만났다.

지치고 힘든 모습이지 즐거움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상황마을 풍경들이 너무 예쁘다

비가 와서 다행이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잠깐씩 만나는 숲길 아니고는 더워서 힘들었을 것이다

비가 오니 초록이 더 선명하게 보여 눈과 마음이 맑아짐을 느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사방이 초록이다.

 

 

등구령을 오르자니 등구령 쉼터가 나왔다.

둘레길 쉼터마다 1박2일 다녀간 집이란 홍보물이 붙었다.

실제로 다녀가지 않았어도 다녀간 집이었고, 다녀간 집은 정말 다녀간 집이었다.

 

 

 

기진맥진하여 겨우 오르고 있었는데 앞서 간 동무가  쉼터에서 등구재 오도사라는 분에게

재미로 사주를 본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서 덕분에 쉬어갈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

동무에게 사주를 봐주고, 한의학적으로 건강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말을 하고는

난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도 안했건만...

어디가 아프냐?  이럴 땐  어떻게 해라 하며 혈자리를 알려주고,

아마도 안 할 것 같은 지 종이에 적어주며 꼭 하라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뜸도 떠주고,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백팔 배 절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도사님이 보기에 아마도 난 문제가 아주 많아 보이는 가 보다.

다른 건 몰라도 백팔 배 절은 꼭 해 볼 생각이다.

 

 

 

등구재를  내려 가는 길에 다랭이 논이 펼쳐진다.

지금도 예쁘지만 가을에 노란물결이 치면 퍽 예쁘겠다.

 

 

그 다음은 임도를 30분 이상 걷는데 허기지고 지루했다.

쉼터에는 라면이나 국수, 음료, 동동주 등만 팔아 점심으로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비가 오니 쉼터가 거의 문을 열지 않아 꼼짝없이 굶어야 했는데,

짐이 무거울까봐 간식을 챙기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3시쯤 창원마을 다 와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단체손님이 많아 시끄러워도, 비빔밥 내용물이 부실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래서 배고픔에는 장사 없다는 것 아니겠는 가?

 

점심도 먹었겠다,  여유로움으로 창원마을을 둘러 보았다.

금계마을까지 3.5km 남았다는 안내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비는 그쳐 가고, 저 아래 산에는 아직도 산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이고,

 

 

수수밭을 지나 

 

 

와 ~~보인다! 금계마을이다.

드디어 아침 9시 50분에 중기마을을 떠나 4시 10분에 3구간의 끝에 도착 한 것이다.

 

나를 막 칭찬하고 싶었다

" 음, 아주 장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