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이는

지리산 둘레길(인월-금계)-첫째날(8.18)

서희 . 2011. 8. 22. 16:31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오래 추억할 수 있을까?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다 이것저것이  잘 맞지를 않아

지리산 둘레길 2,3구간으로 최종 결정을 하고 동무한테 통보를 했다.

"아무데면 어때?  떠난다는 것이 즐거움이지?" 동무의 흔쾌한 대답을 들었다.

 

정말로 징하게도 내리던 비가 약간 걱정이 되었으나 이제는 올만큼 왔겠거니 했다.

그리고 떠나는 날은 정말로 모처럼 멀쩡했다.

 

동서울터미날에서 인월까지 약 4시간 걸려 도착하여 점심으로 진짜배기 추어탕을 먹고,

첫 번째 준비로 둘레길 안내센터를 찾았다.

안내원들이 뚱하지 않고 상냥하였고, 해 저물 시간을 예상하여 장항마을에서 숙박을 정하라고 알려줬다..

 

3시 17분부터 구인월교에서 시작된 3구간

 

3구간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별 주요 지명 : 인월면 - 중군마을 - 수성대 - 배너미재 - 장항마을 - 장항교 - 삼신암 삼거리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마을

* 거리-19.3km(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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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내리쪼였지만 처음엔  발걸음도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냇가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여인들은 다슬기를 잡는 풍경이 목가적이었다.

 

 

냇가를 끼고 한참을 걸어 첫 번째 만난 마을이 중근마을이었다.

허름한 담벼락을 예쁘게 단장하여 보는 이도 즐겁고 마을 생산품도 홍보하는 듯했다.

 

 

둘레길은 마을 깊숙이 걷게 되어 있지 않고, 되도록이면 마을 갓길로 다니게  만들어

마을 주민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소음에 시달릴 것이 자명하겠지.

 

고사리 밭을 만났다.

지리산 고사리라고 팔던 고사리가 이렇게 재배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둘레길 전 구간 중 3구간이 젤 길기도 하지만  젤 아름답다고 하더니만 아직은 아니었다.

2시간 이상 내내 시멘트길

저질체력은 금방 바닥이 나고, 땀은 흐르고, 발바닥이 아파 올쯤 수성대 쉼터가 나왔다.

무조건 앉아버렸다.

식혜를 먹고자 해서가 아니라 앉기 위해 식혜를 시켰다.

 

아주머니는 민박을 정했느냐고 물었다.

안내센터에서 알려 준대로 장항마을에 가서 묵는다고 하니 좋은 민박을 소개시켜준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니 소개시켜주는 사람 잘 못 만나면 엉터리 같은 주인을 만나

불쾌할 수 있다고 해서 처음엔 거절하였지만 아주머니는 물러서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핸드폰 번호를 주며 빨리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라고  재촉하였다.

하긴 딱히 정한 곳도 없고, 그 민박이 있는 중기마을은 내일 걷는 시간을  1시간 가량

단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그냥 예약을 하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사진을 잘 찍어 소개 좀 많이 해달고 당부를 하였다.

 

 

시멘트 길만 걷다가 처음으로 숲길이 나왔다.

오메 반가운 거~

둘레길은 서 있는 표지목이든, 바닥이든 무조건 화살표를 잘 보아야 길을 잃지 않는다.

 

 

민박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여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 여유를 부려 보았다,

오메 시원한 거~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막걸리 한 사발을 사주셨다.

오메 고마운 거~

오메 취하는 거~ 

 

 

도착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으니 민박집 아주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민박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한테 잡혀갔을까봐 걱정을 했을 거다.

다리가 후들거리던 차에 당산나무 쉼터 앞까지 차를 가지고 온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지...

 

고사리 밭이 또 나왔다.

둘레길 초창기에는 도시 사람들이 주인 있는 걸 모르고 농작물 훼손을 많이 한 모양인데

이제는 홍보가  되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속사정은 또 모르지...

 

이 곳을 지나면 장항마을이 나온다.

 

 

 

하지만 좋은 일에는 나쁜 일도 생기는 법

아~  미칠 뻔 했다.

장항마을의 수령이 400년 된 당산나무 밑에서 잠시 아주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순식간에 모기한테  9방을 물렸다.

왜 모기는 나만 좋아하는 거야!!

가려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묵을 민박집

민박하는 대부분 집은 새로 집을 지어 비교적 깨끗하게  손님을 받고 있으며

서로 경쟁을 하니까 친절한 것 같았다.

간혹 그렇지 않은 집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집은 경쟁에서 바로 뒤쳐질 것이 분명하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얼마나 성격이 좋은 지 만난 지 5분 만에 십년지기처럼 되어버렸다.

우리 보다 먼저 온 아가씨들 2명과  우리  둘,  아주머니와의 저녁상은 다리가 휠 정도였다.

나물반찬은 모두 산에서 뜯거나 가꾼 것으로 부드럽고 맛이 감동이었는데,

이 아주머니 좀 보소~

직접 담근 다래술을 주시는데 끝도 없이 권했다.

아까 먹은 막걸리도 아직 힘든 상태인데...

 

그래서 과음... 과음하고 말았다.

저녁에 보러가자던 농악놀이도 못가고 그만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