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카시아 꽃향기

서희 . 2011. 5. 25. 00:24

난 여자인데도 때론

내 곁을 스치는 여자들의 화장 냄새가 좋을 때가 있다.

'저 화장품은 어디 제품인데 향이 저리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앞의 공원에서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수십 그루, 아니 수백 그루의 나무마다 하얀 꽃송이가 매달려 아예 공원이 전체 하얗다.

 

공원 풍경은 다양하다.

팔을 쭉쭉 올리면서 걷는 사람,  그냥 걷는 사람, 뛰는 사람, 

둘이 꼭 손잡고 걷는 사람, 어깨동무 하고 걷는 사람,  허리잡고 걷는 사람, 팔장끼고 걷는 사람,

떼거리로 걷는 사람, 사람들의 방향과 반대로 걷거나 뛰는 사람

그러나 오늘 밤엔 모두 운동을 핑계 삼아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으러 온 것이 분명하다.

연신 코를 벌렁거리며 폐포 깊이 좋은 향을 넣으려고 애씀이 보인다.

 

아카시아 꽃향은 상큼함이다.

젊음의 향이다.

아~~~

나도 젊음을 수혈 받고 싶은가 보다.

올해는 유난스레 아카시아 꽃향기에 꽂힌다.

일부러 몇 바퀴를 더 돈다.

향기를 담을 수만 있다면 집에 옮겨 놓고 싶다.

양동이며 김치통, 주전자, 페트병, 유리병, 장독 등

조촐한 집안 살림 다 커내어 꽃 향을 담아 집안에 풀어 놓고

마냥 취해보고 싶다.

  

아카시아 향기 속에

스쳐가는 여인에게서 화장품 냄새가 난다.

평소 같으면 좋아하는 향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아~~~~~

이런 인공적인 냄새여~

이건 향내라 말할 수 없다.

 

여자들이여~

아카시아 꽃길에선 화장을 하지 말자.

우리의 자연의 모습에 상큼한 꽃 향이 그대로 물들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