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이는

이건 납치다

서희 . 2011. 4. 25. 00:07

 

마음의 불편함을

어떤 이들은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예쁘게 말하는 좋은 솜씨가 있다.

아무리 본받으려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초과근무는

목동교 아래 잔디공원에서 시작해서 선유도까지 6km 걷기에 참여해야 했다.

잔디공원은

전철로는 오목교역에서 한 20분 걷는 거리고, 자동차로 가기도 불편한 위치다.

 

목동교에서 잔디공원 찾기가 만만치 않아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돌고 돌고 너무 천천히 가니까 

뒤차의 주의를 받았는데 버럭 화를 내는 사람.

"우리 차가 잘못했으니 화낼 일이 아니다 " 라고 말하니

이번에는 화살이 내게 날아왔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 채 차에서 내리긴 내렸는데,

표정 정리며 마음이 평정되지 않아

쉽사리 모이는 장소에 가지를 못하고 이만치서 한참을 서성대었다.

 

그런데 어떤 이가 우스갯소리처럼 한마디 했다.

자기 신랑의 지론은 두 여자 말을 잘들어야 한다는 것이란다.

마누라 말과, 네비게이션 여인의 말...

그래서 아침에 데려다 주면서 두 여인의 말을 너무 잘 들어 찾아오느라고 힘들었단다.

 

목동교를 네비의 여인에게 부탁을 하니 목동교 위에서 내려야 할 형편이었다.

정말로 다리 위 중간에 내려줬단다.

아침부터 두 여인의 말을 기똥차게 잘들은 셈이다

다른 사람들이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그 상황에서 정말 화가 나지 않았을까?

무척 궁금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그녀에게 살짝 물었다.

"화가 나니까 내려달라고 했지!"

다시 물었다.

그러데 어떻게 화난 감정을 하나도 티내지 않고 재미있게 말 할 수 있냐고?...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뭘! "하면서 웃는다.

진짜 웃음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


계속 돌고 돌고 돌아도 잘 찾아지지 않으니 거기도 버럭 했는가 보다.

그래서 그녀도 화가 나니  "여기서 내려줘!" 했겠지...

 

그렇다고 정말 다리 위에서 내려주면 어떻게 하니?

 

난 반종일 마음을 삭히지 못한 채

오후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데리러 와서는 반 강제로 남으로 달렸다.

이건 완연한 납치극이 분명했다.

내가 가고자 한 것이 아니기에 두 눈 꼭 감고 보고자 아니하였다.

 

남으로 남으로 간다더니 부여에서 멈췄다. 

부소산성에 올라 납치자는 나를 앞세우고 뒤에서 감시를 하더니

빨리 따라붙지 못하고 또 성질나게 했다.

하마터면 낙화암에서 홧김에 떨어질 뻔 했다.

 

돌아오는 3시간 동안 계속 꾸벅거렸다.

납치자와는 거리를 두느라고 잠만 잤다.

12시가 되어서야 납치에서 풀려났다.

너무 피곤한 하루...

 

 

 

 

 

 

고란사로 가는 길

 

  일주일전쯤엔 더 예뻤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