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귀소본능

서희 . 2018. 4. 3. 10:24



딸아이가 2주 전부터 토요일에 날짜를 비워놓으라고 했다.

바쁜 아이가 시간을 쪼개내어 하는 말이란 것을 잘 알기에 접수했다.


처음엔 점심 먹자고 했다가 오전 일정이 또 바쁜 일이 있어서 오후 4시쯤 만났다.

영화 예약을 해놨다고 파주에 가잖다.

집 부근에도 영화관이 숱한데 그 멀리로 가자고 하는 건

나름대로 바람도 쐬고 근사한 저녁식사를 사주고 싶다는 의미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8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그제서 저녁을 먹자고 하는데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저녁 먹고 언제 집에 가나 은근히 조바심이 생겼다. 


어차피 식사 시간으로는 좀 늦은 감이 있고, 식당에 가도 대접도 못 받을 것 같아

그냥 집에 가던지 집 부근에 가서 간단하게 먹자고 했다.

이상하게도 외출해서 저녁때가 되면(어둑어둑해지면) 빨리 집에 가야할 것만 같다.

심하지는 않은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약간 불안하다.

사람들은 저녁에 약속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양인데 난 좋아하지 않는다.

집을 찾아들어갈 시간에 나온다?


밖에 있다가 조금 늦어지는 것까진 집하고 너무 멀지 않으면 괜찮은데,

일단 집에 들어가서는 다시 나오고 싶지 않다.

개중에는 이런 나를 의아해 한다.


딸 역시 이런 나를 웃긴다고, 촌스럽다고 흉을 봤다.

제 맘도 몰라준다며 흥을 잃고 시무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 부근으로 와서 식당을 찾아봐도 거의 문을 닫았더라는...

10시나 되어서 집에 왔는데... 딸은 뾰로통해 묻는다.

집에 오니까 이제 안심이야?


정신학적으로 뭐가 문제인가는 모르는데,

암튼 어둑어둑해지면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특히 멀리 있으면 약간의 불안감이 ...

아니 불안감 정도는 아니고 약간 걱정이...언제 집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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