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가 된 아버지

서희 . 2015. 5. 10. 23:59

 

아~~!! 

난 변함없이 월요일에 출근할 모양이다.

 

왜냐면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기에...

세상에나 ,

 5장 중 1장도  2개 이상 맞는 숫자가 나온 것이 없으니 얼마나 허망한지...

 

내 로또를 산 이유는 이렇다.

아버지의 어버이날 선물로 로또 5장을 사면서 내 것도 1장만 사보자 한 것이

로또 파는 분이 10,000원 내미니 모두 뽑아주었기에  5장을 그냥 가져오면서

"그~래, 당첨되면 월요일부터 당장 출근 안할 거야"란 말을 했었다. 

이 말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는 속마음이 표현된 것이다. 

 

어버이날 아버지 선물로 로또를 산 이유는 이렇다.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뇌기능도 많이 떨어지고, 바깥출입을 못하신다.

뇌기능 중 어느 부분은 정상이고, 어느 부분은 정말 아이처럼 행동을 하신다.

유독 로또에 꽂혀서 그 불편한 몸으로 자꾸만 사러 나가려고 하시니

식구들이 모두 쌍수를 들고 사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만만한 신랑을 시켜 사오라고 하니

처음에는 예의로 식구들 몰래 사다드렸지만

반복되니  왕복 2시간이나 되는 거리다 보니 신랑도 못할 짓이었다.

 

자기는 말할 수 없으니 나보고 넌지시 말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나도 그 재미로 사는 양반을  뭐라 할 수도 없어 난감하기도 하고

신랑한테 미안하기도 하였다 .

 

그러다가 한 2주간 연락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식구들한테 걸려서 잠잠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또 안쓰러웠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어버이 날 선물이라며 5장을 사다 드린 것이다.

로또를 보는 순간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이 생산성 없는 취미활동이 계속되게 협조를 해야 할 것인지

답을 못 찾겠다.

 

온전한 정신이면 절대로 그런 주문을 할 분이 아닌데,

오직 당신만 생각하는 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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