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을 먹는 중

서희 . 2012. 10. 22. 15:49

 

시골에서 먼 친척분이 감을 우려 보냈다고

몇 개 가져다 먹으라고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싫다, 좋다고도 못하고 전화는 끊겼다.

 

거리가 자동차로 1시간, 왕복 2시간이렷다.

시간 소실과 경제성 논리로는 분명 갈 수 없는데 

안가면 서운해 하실 게 뻔하다.

 

사람은 어릴 때 추억과 함께 입맛이 평생 가는 가 보다.

유난히 감을 좋아한다.

홍시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세상 달콤한 맛 중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어릴 적 고향집은 다른 과실수에 비해 유난히 감나무가 많았다.

우려먹기도 하고,

홍시로 먹기도 하고,

곶감을 만들기도 하였다.

항아리에 짚을 넣으며 보관한 감은

한 겨울에 먹으면 얼음이 박힌 홍시가 되어 겨울 간식으로 최고였다.

우린감의 기억으로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할머니가 아랫목 항아리에서 따끈한 채 꺼내주던 기억... 

달착지근한 맛이 얼마나 맛나던지....

 

나의 시골스런 입맛을 알고 엄마가 불렀으니 냉큼 갔다.

가자마자 5개를 게눈 감추듯이 먹고,

오는 차안에서 2개를 먹고,

집에 와서 한 10개는 먹었나보다.

 

세상의 모든 맛이 예전의 맛이 아닌데,

유독 이 감 맛은 그대로이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난  지금  분명 어린 시절 옛 추억을 먹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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