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어쩌다 만난 분 얘기를 듣다

서희 . 2022. 10. 14. 20:06

허리 다친 지 2주가 다 되어가는데...
회복 속도가 느리다.
숙이는 건 전혀 못하고, 누워서 자세 바꾸려면 깜짝 놀란만 한 통증이 있다.
어기적거리며 어떻게 일어나면 걷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오늘은 공원을 가보기로 하고 복대를 야무지게 조였다.
누가 봐도 환자 걸음으로 1바퀴 돌고,
그간 한 번도 앉지 않았던 정자에서 쉬려고 턱을 넘는 순간 비명이 나와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앉아 있던 한 분이 바짝 다가앉으며 허리가 아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본인 허리 아팠던 얘기를 하는데 눈물겨웠다.
오래전에 월급날 오토바이 날치기범이 가방을 안 놓으니 각목으로 허리를 쳐서 수술하고 장애등급을 받았단다.
여기까진 서로 허리 아팠던 사람으로 동병상련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꺼낸 말로 인해 1시간가량 그분의 얘기를 들어줘야 했다.
그분(76세)이 무심코 꺼낸 접는 핸드폰을 보고 "애들이 사줬나 보네요?"
했다가... ㅎ

하여튼 외모는 그냥 할머닌데 재력이 쨍쨍해 보였다.
그 집 재산 거의 파악했고,
아들 둘 사정이며 그들의 결혼사진, 손주 사진 다 봤고 하물며 서울대 나온 둘째 젊은 날 학생증까지 보여줬다.
핸드폰에 애들에게 준 돈 금액을 꼼꼼하게 기록해놨는데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니다.
말만 하면 돈이 나오니 그 분 보고 아들들이 조폐공사라고 한단다.

이분은 코로나로 자영업자들 힘들 때 상가 월세를 안 받기도 했다고 한다.
가만 듣다 보니 이 분은 돈을 쫓아가는 사람
이 아니라 돈이 할머니를 쫓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억이 안 되는 돈이 50억이 되고... 또 또

그분 코로나 추가접종 시간이 되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집 사정을 더 속속들이 알 뻔했다.
암튼 목에 힘주고 사는 할머니를 만나서 한편으론 좋았다.
나이 들며 자식 눈치 보며 사는 모습 정말 싫거든...



어느새 담쟁이 모습이 이리 변했다.







'자유로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쿨렐레 공연 참여  (4) 2022.11.18
다육이에 깍지벌레  (12) 2022.11.06
순간의 방심으로  (14) 2022.10.05
사돈댁 선물을 받았는데~  (12) 2022.09.30
양주 불곡산 산행  (13) 202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