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위 첫 생일에 장모는...

서희 . 2019. 7. 23. 11:56



사위의 첫 생일 당일에 축하를 못해서 조금은 미안했지만...

2일 후 토요일에 나름 최대의 축하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왜 최대냐면?

우리 식구는 좋아하는 것 몇 가지 정도로 차리지 생일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식당에 가서 사주는 축하라면 늦은 저녁이라도 먹을 수 있었겠지만

없는 솜씨지만 정성스런 상을 차려주고 싶었다.


당일에 해줄 수 없던 이유는 나도 퇴근 후 움직이어야 하는데

손이 빠르지 않기도 하거니와 딸네 집이 먼 것도 이유였다.


금요일 퇴근하면서 장을 보고

그 길로 만 24시간을 사위 생일상 준비로 분주했다.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완전히 내 개인적 사정...

ㅎㅎ 음식도 못하거니와 일의 순서도 잘 모르고 손이 엄청 느리다.


일단 갈비를 찬물에 담그고...

여러 야채 손질을 하는데 요게 시간이 엄청 걸렸다.

샐러드용 야채를 잘라 준비하고...

제육볶음, 불고기를 재우고...

며칠 전부터 손질해 냉동실에 두었던 전복을 녹이려고 냉장실로 옮기고...

새우버터볶음용 새우를 까서 준비하고... 이때 내 손가락이 다 벗겨졌다.

여기까지가 밤 12시쯤 된 것 같다.

그 후론 갈비찜 불에 올려놓고 누었다가 일어났다 수시로 부엌에 들락거렸다.


잠시 눈을 부치려는데 그놈의 모기가 침공을 하여 그나마 잠을 못 자게 만들었다.

어차피 못잘 바엔 일이나 한다고 머리가 멍한 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점심을 먹이려고 했는데...

제대로 속도가 나질 않았다.


사위가 좋아하는 잡채를 하고...

겉절이를 좋아한다지?

급하게 배추를 절여 겉절이를 했다.

어제 마트에 없어서 못 샀던 청포묵을 신랑보고 시장에 가서 사 오랬더니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바로 쑨 따끈하고 찰랑거리는 청포묵을 사와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ㅎ~

사실 안 가려고 미적거리면 메뉴에서 빼려고 했다.

청포묵을 썰어 데치고, 숙주 삶고, 미나리 데치고, 지단 부치고... 바쁘다 바빠!


다음은 고사리 나물과 깻단나물볶음.

이 고사리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로 연하고 맛있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자란 첫물 고사리다.

며칠 전에 삶아 놓았다.

깻단 나물은 삶으면서도 향긋하니 좋다.

음... 나물은 좀 맛나게 하는 편이다.

숙주와 미나리가 있는 김에 반찬 하나 더하자.

숙주, 미나리 데쳐 무치고 게맛살 넣으니 모양새가 그럴 듯~

이젠 무쌈말이를 하면 끝이다.

이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모양도 좋고 누구나 좋아하는 쌈박한 맛이다.

불고기에 버섯, 청경채, 배춧잎, 쑥갓 넣은 전골은 가서 하면 될 것이고...

그러고 보니 사위 생일상 메뉴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린 셈이다.ㅎ~


내가 준비한 박스는 큰 것 2개인데,

아빠가 주섬주섬 무엇인가 넣은 박스가 1개 더 있었다.

딸이 좋아하는 과자며 햄, 라면, 3분 카레, 옥수수 찔 것, 단호박, 감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의 조금씩 넣은 것 같다.


1시간 30분을 달려 저녁을 먹게 되었다.

참으로 분주하고 힘들었건만 차리고 보니 별로 많은 것 같진 않았다.

사위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흐뭇했다.

하지만 첫 생일이니까 몸 부서지게 정성을 다했지 내년부터는 식당에서 한다고 했다.

집에서 하면 힘만 들지 가격대비 별로 푸짐하지도 않다.


난 하루를 끙끙 앓았다.

ㅎㅎ 앓으면서 생각했다.

며느리 생일도 이처럼 몸 바쳐 할 수 있을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난 대우 못 받은 며느리...

그래서일까?


마음을 고쳐먹고 며느리도 그리 해주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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